악의 평범함

"아돌프 아이히만"
이 남자는 나치 독일에서 홀로코스트를 실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히만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가 꼭 '악마' 같은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죠.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상사에게 칭찬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남자였어요. 
그런데 그가 한 일은... 음, 뭐랄까,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 하나를 조직하고 실행한 거죠. 

이 아이히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됩니다. 
이 개념은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느낀 바를 정리한 것인데요,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꼭 사악한 악당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오히려 그는 너무나도 평범했고,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거죠. 

그는 그저 상사의 명령을 충실히 따를 뿐이었어요. 그런데 그 명령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이라는 명령이었다는 사실은, 아이히만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회사에서 상사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직장인들, 정부의 정책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시민들, 혹은 소셜 미디어에서 특정한 주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믿고 있죠. 
그런데 그 '옳다'는 생각이 과연 정말로 옳은 것일까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환경을 파괴하는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 회사의 직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나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환경을 파괴하고, 결국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사실은 그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그저 '상사의 명령'을 따를 뿐이니까요. 


이런 현상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특정한 주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지도 않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장을 믿어요. 
그리고 그 주장이 잘못된 정보일지라도, 그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죠. 
그런데 그 '옳은 일'이 결국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은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즉,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 그 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거죠.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종종 '편안함'을 선택하기 때문이죠. 상사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편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 주장을 믿는 것이 편하니까요.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어요. 
아돌프 아이히만과 같은 인물이 단순히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으로 자신의 죄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요.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해요. 

그러니 다음번에 무언가를 할 때, 한 번쯤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것이 정말로 옳은 일일까?" 그리고 그 질문에 정확하게 답해보세요.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적어도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겠죠. 

결국, '악의 평범성'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위험한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인지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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